[에이안즈] 아름다워 보여 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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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기대에 부푼 마음을 안고 그녀를 만날 생각을 했다. 좋았던 주말이 쭉 이어질 것이라 믿었다.

"이거 놓으시죠."

 네 손목을 붙잡은 내게 예전과 다름없는 말씨를 내놓기 전까지는.

너는 불쾌해했다. 그 어느때보다도 더더욱. 행동에는 더 큰 힘이 실렸고, 날 거부하려는 태도도 더 적극적으로 변했다. 아니야. 이럴 수는 없잖아.

 차라리 증오를 못 이겨 멍청한 소리를 할 것이지. 내가 조금의 위안이라도 받을 수 있게. '조금 잘 해줬더니 마음이 풀렸냐.' '이번에만 돈에 넘어간 것이지 다음부터는 절대 그러지 않겠다.' 들으면 조금이나마 후련해질 말을 뱉지 않았다. 듣기 싫은 건 마찬가지지만. 주말에 가졌던 만남은 아예 존재하지 않던 양 너는 내게 매몰차게 굴었다.

 손목을 놓았다. 그러자 내 손이 닿은 부분을 탁탁 털었다. 내가 보는 앞에서 몇 번이고.

"지저분하니까."

"유감이네……."

 차라리 더럽다고 할 것이지. 비교적 자주 쓰이지 않는 단어를 내게 쓰니 으음, 썩 좋지는 않다.

"오늘은 또 뭔데요? 또 시덥잖은 걸로 내 시간을 낭비하려고?"

 더 건방져졌고, 더 무례해졌다. 아, 둘 중 한 쪽이 꿈인 게 확실해. 어느 쪽이야. 행복했던 쪽? 아니면 지독한 현실? 우습게도, 두 상황 다 현실이었다. 그 현실 속에 있는 '우리' 둘도 현실이었다. 꿈같은 그녀와 지독한 그녀 둘 다.

 대답을 하지 않았다. 생각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왜 다시 돌아왔는지. 엄밀히 말하자면 이것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낭비였다. 내가 가장 현명한 대처를 취해야 하는 문제는 '어떻게.'

 나도, 그녀도 주말에 만난 적이 없었다는듯이 이 상황에 임했다.

"낭비할거면 비켜요."

 그녀가 내 왼쪽으로 지나가려 했다. 나는 다급히 막았다. 앙칼진 눈동자로 날 바라보았다. 이게 지난 주말 생기가 돌아 초롱초롱했던 눈동자였나. 같은 사람의 눈동자가 맞나. 지금 네 눈동자는 죽어 있구나. 아니, 정확히는 감정 속 깊은 곳에 본모습을 숨겨 두었구나.

"뭔데요."

"후후, 시비를 거는 태도는 새로 배운거니?"

"말장난 할 시간 없으니까 비키시라고."

"말이 많이 거칠어졌구나. 못본새에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나봐."

"신경 끄시고요."

 다시 액수를 불렀다. 이전보다 더 높이.

"아주 좋은 태도는 바라지 않을테니, 학교에서는 적대감을 드러내지 말아주렴."

 주말에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야.

 그리고 더 구체적으로.

 이번이 마지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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