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도니스가 잔뜩 산 간식을 입에 물고 뒤를 졸졸 따라갔다. 역시 이 학교는 크다. 아니, 학원이었지. 학원이라면 사립인가? 사립인데 이렇게 커? 클 수도 있지. 여기가 땅값이 싼 걸까? 아도니스를 살폈다. 두 달 동안 같은 반 학생인 오토가리 아도니스. 첫인상은 크고 이국적이다.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듬직했다. 외국의 낯선 남자애한테 듬직함을 느끼다니, 나 너무 안일한 거 아닐까…….
아도니스는 지치지도 않는다는 듯이 넓은 학교를 걸어갔고, 그녀는 그를 놓치지 않기 위해 빠른 걸음을 걸었다. 2학년 A반 팻말이 걸린 교실 앞에 도착했을 때, 반은 시끄러웠다.
“그러니까! 역시 귀하게 자란 아가씨일까?”
“아니 아니, 공주님이야!”
“아케호시, 유우키. 말조심…….”
“홋케는 그렇게 생각 안 해? 전학생……? 말이야! 전학생, 책 읽는 거 봤어?”
“전학생……이 언제 돌아올지 모르니까, 인제 그만―”
“모르겠어, 역시 본인한테 직접 물어보는 게!”
보라색의 긴 머리카락을 가진 남학생이 그녀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전학생…… 공이 와 있소.”
그러자 모든 남학생의 시선이 그녀에게 쏠렸다. 그녀가 민망하고 당황스러워 고개를 돌렸다. 활기차게 생긴 남학생과 안경을 쓴 남학생이 달려왔다. 궁금해서 물어보지 않고는 못 배기겠다는 얼굴이었다.
“전학생, 전학생!”
“전학생 양은 혹시, 공주님お姫さま이야?”
“?”
시끌벅적하던 교실의 대화를 온전히 이해하지도 못했다. 전학생도 아닌데. 조용해진 뒤 그녀에게 모인 남학생들의 시선. 달려오는 남학생들. 다짜고짜 공주님이냐며 묻는 남학생. 이 모든 상황이 파악되지 않아 인상을 찌푸리고 바라보는 그녀. 남학생들은 그녀를 살피고는 자기들끼리 수군거렸다.
“역시 아가씨お嬢さん이려나?”
“공주님도 도도할 수는 있잖아?”
오히메사마? 오죠상?
“아케호시, 유우키. 전학생에게 이름도 알려주지 않고 다짜고짜 물어보면 얼마나 당황스럽겠나.”
그제야 전학생 양에게 예의를 차리려는 생각이 들었는지, 아케호시와 유우키는 그녀에게 자기를 소개했다.
“나는 아케호시 스바루! 트릭스타 소속이야.”
“유우키 마코토. 아케호시 군과 같은 유닛이야. 잘 부탁해, 전학생 양!”
전학생으로 굳어진 걸까.
“몽즈.”
그녀가 덤덤하게 말했다.
"에.“
“전학생은 아니야.”
그녀가 말을 마치자 스바루와 마코토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몽즈― 하고.
“너, 스바루. 너, 마코토. 맞아?”
활기차게 생김. 주황 머리. 아케호시 스바루. 노란 머리. 안경. 유우키 마코토. 둘을 검지로 가리켰다. 그녀는 스스로가 무례한 사람으로 비칠 것 같다고 생각했다.
“맞아!”
뒤에서 차갑게 생긴 남학생이 다가왔다.
“히다카 호쿠토다.”
전체적으로 파란 느낌이 나고, 머리는 까만. 히다카 호쿠토.
“그런데 어째서 몽즈 공과 아도니스 공이 함께 오는 것이오?”
보라색 머리가 말했다. 그는 아직 그녀에게 있어서 보라색 머리였다. 아도니스는 보라색 머리에게 답했다.
“빵을 사러 갔다가 만났다. 팥을 못 먹는 것 같더군. 그래서 다른 먹을 것들을 사 주고 그 빵을 먹었다.”
보라색 머리는 그녀의 손에 잔뜩 들린 간식들을 내려다보았다. 빵보다 더 비쌀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약해 보였다.”
“아아, 그래서 전학생…… 몽즈 공에게 이렇게 많은 걸 사 준 것이오? 역시 아도니스 공, 그 마음에 감동했소!”
이상한 애다. 보라색 머리는 당장에라도 눈물을 떨어뜨릴 것 같은 눈동자로 아도니스와 몽즈를 번갈아 보았다. 진짜 이상한 앤데. 아주 예쁜 눈동자는 아닌 것 같은데. 그다지 영롱하지도 않고, 그 아이처럼 반짝이지도 않는 눈동자인데 눈에 들었다. 그녀가 어찌나 정신을 놓고 바라보았는지, 보라색 머리는 부끄러워하며 그녀에게 말했다.
“몽즈 공, 소인에게 뭐라도 묻었소?”
“아니.”
네 눈동자가 독특하다고, 하려 했는데. 불필요한 말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언어가 되지 않아 그 말을 삼켰다. 오늘 몇 번이고 느꼈다. 공부하자. 공부하자. 일본어 공부하자. 선생님이 외국어로서 말하던 일본어와 아도니스, 보라색 머리를 비롯한 이곳의 모든 학생이 모국어로서 말하는 일본어는 많이 달랐다. 그래, 주변에 자주 말할 사람이 있다면 자연스럽게 실력이 늘겠지. 이런 건 어디까지나 공적인 이유인 거야.
그런데 언제까지나 보라색 머리라고 부를 수는 없지.
“너 이름.”
사실은, ‘네 이름을 몰라서 그런데 알려줄 수 있겠니?’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역시 공부하자.
“소인 말이오? 소인은 칸자키 소마라고 하오. 유닛 홍월紅月에 소속되어 있소.”
칸자키 소마. 소마. 귀여운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소마라는 이름을 읊조리며,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소마. 잘 부탁해.”
소마는 눈동자를 빛내며 두 손으로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화들짝 놀랐다. 손이 따뜻했다.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손을 감쌌다. 시선을 천천히 올렸다. 부끄러워하는 소마의 얼굴이 들어왔다.
“그…… 오늘 통성명을 했는데 바로 이름으로 부르는 게 부끄럽소.”
“어, 싫어? 나는 몽즈라고 해도 괜찮아서.”
소마는 싫지 않다고, 편한 호칭으로 부르라고 했다. 뒤에서 스바루가 자키 씨! 라고 소리쳤다. 그녀는 쟈키쟈키라는 과자가 있다고 했다. 소마가 흥미로워하며 밝게 웃었다. 소마의 웃는 얼굴은 잊히지 않아 집에 가고 나서도 뚜렷하게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