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안즈] 아름다워 보여 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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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3

 

 내 마음가짐은 평소와 달랐다. 여전히 나를 경멸했다. 자신을 왜 불러냈냐며 짜증을 냈다.

"그래도 나와준 걸 보면 너도 참 친절하단 말이야."

 이 말이 그녀의 화를 돋구었던 것 같다. 화를 냈다. 나와 있을 때 한 번이라도 부정적인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적은 없었지만, 직접적으로 그녀의 화를 대면하는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평소엔 사근사근하고 살갑던 그녀는 좀처럼 소릴 지르는 일이 없었는데. 내가 아는 그녀는 식당에서 주문도 못 해 벨을 누르고 종업원에게 조곤조곤 말을 해야 한다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내 앞에서, 분노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지금 장난해요? 바쁜 사람을 불러내놓고 하는 말이 고작 그것 뿐인가요? 당신 날 화나게 하는 데엔 일가견이 있군요! 정말이지, 상대도 하기 싫은 사람."

 작게 덧붙였다.

"불러낼 때부터 허튼 소릴 할 걸 알았지만 이건……."

 그녀는 등을 돌렸다. 어차피 막다른 곳이라 그녀가 이 곳에서 벗어나려면 나를 지나쳐야했다. 벽에 머리를 기대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두 팔로 몸을 감쌌다. 몸이 부르르 떨리는 게 느껴졌다.

"후후, 아직 본론은 나오지 않았어."

"듣고 싶지 않아요."

"들어야 비켜줄거야."

"그럼 밀쳐낼거예요."

"해 보렴."

 그녀가 힘을 주고 손바닥으로 내 어깨를 밀쳤다. 조그마한 여자애의 힘으로 넘어간다면 부끄러울 것이다. 나는 꼼짝하지 않았다. 그녀의 바람대로 내가 움직이지 않자, 그녀는 나를 비키게 하려고 갖은 방법을 다 썼다. 주먹으로 내 가슴을 때리고, 몸으로 강하게 밀어냈다. 내가 넘어갈리가. 좁은 공간에서 빠져나가려고 바둥거리는 모습이 앙증맞았다. 나는 여전히 여유로운 웃음을 띠고 있었다.

"…뭔지 들어나 보죠."

"응, 좋아. 그렇게 나오면 너도 좋고, 나도 좋잖아?"

 그녀는 뒤로 물러나 벽에 바짝 기댔다. 그리고 팔짱을 끼고 날 노려보았다. 나와는 단 1mm라도 가까이 있고 싶지 않다는 걸 온 몸으로 표현하고 있는걸까. 무언의 요구에 부합하고 싶지 않아서 한 발짝 가까이 다가갔다. 얼굴이 더 험악해졌다. 물론 내겐 그렇게 보일리가. 아무리 무서운 모습일지라도 그녀의 머리카락 한 올 조차 내겐 사랑스러울 뿐이다.

"주말에 시간 있으려나? 나와 만나지 않을래?"

"당신 미쳤죠? 아직도 정신 못 차렸어요?"

 이런 반응이 나올 것이라 예상 하고 있었지만, 막상 마주하니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네. 늘 그랬듯이 말이야.

"응, 응. 그렇게 나올 줄 알았지."

 나는 돈의 액수를 불렀다. 그녀의 얼굴에 의문이 어리기 시작했다. 마음에 안 들어? 더 불러줄까? 과감히 금액을 올렸다. 괜찮을거야. 이번 한 번만 그러는거니까.

 그녀는 수락했다. 비록 물질로나마 그녀를 내 안에 두었지만, 만족감은 하늘을 찌를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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