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스타][드림][소마몽즈]두 달 Chapter 10
글도 참 마음대로 안 되는 것 같아요 원래 생각했던 대로 안 써짐 ㅋㅋㅋ
Chapter 10
첫 만남을 출발점으로 두자면 아주 사소한 시작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건 두 번째 출발점.
아침부터 비가 많이 내렸다. 학생들은 온통 젖은 채 학교로 들어왔고, 복도와 교실 바닥은 빗물로 축축하게 젖었다. 아이돌과의 학생들도 다를 바 없었는데, 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었다. 예컨대 아케호시 스바루는 물기를 털지도 않고 교실에 들어왔다가 히다카 호쿠토에게 혼났다. 히다카 호쿠토는 비가 오는 날이라 평소보다 일찍 등교해서 젖은 옷과 가방을 정리하고, 우산의 물기를 털어 깔끔하게 보관했다. 유우키 마코토는 한 학년 위의 세나 이즈미가 우산을 씌워준다는 걸 거절하고 달려오느라 숨이 찼다. 오토가리 아도니스는 자신이 젖은 건 아랑곳 않고, 약한 것은 지켜야한다며 칸자키 소마와 함께 김몽즈를 기다렸다. 칸자키 소마는 평소와 다름없이 지냈다.
그녀는 오지 않았다.
일 교시가 끝나도 오지 않는 몽즈를 주제로 반이 시끄러워졌다. 스바루는 혹시 비가 오니까 확, 학교에 오지 않은 거라고 추측했다. 곧 호쿠토와 마코토의 반박을 받았다. 전학생(어느새 그녀는 편하게 전학생이 되었다)은 무슨 사정이 있는 거라고. 아도니스는 등교하던 중 무슨 일이 생기지 않았나 걱정했다. 약한 것은 본인이 지켜야 했기에. 소마는 계속 창밖을 내다보면서 곧 그녀가 오지 않을까 했다. 걱정됐다. 그녀가 오고 나서 처음으로 큰 비가 내렸다. 이정도 비는 평소에도 잘 내리지 않는 양인데. 혹시 비가 와서 오는 길에 사고라도 당했는지, 혹은 길을 잃었는지. 연락해보고 싶어도 연락처를 교환한 바 없었고, 이런 일로 담임선생님께 가자니 껄끄러웠다. 쉬는 시간을 틈타서 그는 현관으로 향했다.
현관에 서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운동하는 학생도, 지나다니는 사람도 없었다. 가끔 차가 한 대 지나갈 뿐이었다. 하늘은 놀라울 정도로 흐렸다. 바람도 세게 불었다. 빗방울이 무거워 운동장에는 커다란 웅덩이와 작은 홈이 생겼다.
한 여학생이 교문으로 뛰어들었다. 우산도 쓰지 않았다. 옷이 흠뻑 젖었다. 멀리 있었지만 알아볼 수 있었다! 그녀는 그가 찾는 사람이었다. 몽즈는 가방을 끌어안고 뛰어왔다. 그녀는 앞을 보고 그를 발견해 더 빨리 뛰기 시작했다. 그녀가 현관 앞에 도착하니 젖은 정도가 심각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재킷은 물론이고 그 안의 셔츠까지 젖어있었다. 머리카락 끝에는 물방울이 맺혀 톡톡 떨어졌고, 두 손과 다리는 물기가 묻어있었다. 그런 상태에서 가방이 젖지 않을 리가 없었다. 치마는 이미 색이 변해버렸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체육복을 빌려주겠다고 했다. 체육복만 필요할 게 아닌 것 같긴 하지만. 그녀의 가방을 대신 들고 교실로 향했다. 그녀의 신발이 흠뻑 젖어서 걸을 때마다 젖은 고무가 쓸리는 소리가 났다. 그녀를 데리고 교실에 들어가자 이목이 집중됐다. 스바루가 다가와서 왜 늦었냐고 물었다. 마코토는 흠뻑 젖었다고 했다. 아도니스는 벌떡 일어나서 수건을 가져오겠다며 육상부로 달려갔다. 그녀는 교실 한 곳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호쿠토가 체육복을 가지러 나갔다.
“아도니스 공이 수건을 가지러 갔으니 조금만 기다리시오, 몽즈 공. 수건으로 닦은 후에 옷을 갈아입는 것이 좋을 것이외다.”
“알았어.”
그녀는 가방을 열어 내용물을 확인했다. 종이가 조금 젖은 것 말고는 멀쩡했다. 자신은 젖어도 내용물은 지키다니, 가히 존경스러웠다. 아도니스와 아라시가 달려와서 수건을 잔뜩 내밀었다.
“어머, 몽즈 쨩! 진짜 푹 젖었네!”
“아라시……? 아라시였던가?”
아라시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유로운 언니 느낌이 물씬 풍겼다. 아도니스는 육상부 부실에 가던 중 만나서 함께 왔다고 했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건을 집어 들고 얼굴부터 닦았다. 입술이 바짝바짝 말라서 파우치를 꺼내 입술보호제를 가볍게 발랐다. 호쿠토가 체육복을 들고 달려왔다. 연극부 후배한테 빌려왔다고. 누군지는 모르지만 친절한 것 같기도 하고. 호쿠토는 체육복을 한 곳에 뒀다. 그녀가 몸의 물기를 톡톡 닦았고, 소마도 수건을 들고 그녀의 물건들을 닦았다.
“근데 전학생 씨는 어쩌다 이렇게 젖은 거야?”
그녀가 머리카락의 물기를 닦아내며 말했다.
“늦게 일어났어. 우산은 집에 없는데. 편의점에 들렀는데, 우산이 이미 다 팔렸다고 하더라고.”
“못됐네, 전학생 양이 쓸 우산도 남겨두지 않고.”
마코토가 헤헤 웃으며 수건을 건네주었다. 그녀는 고맙다는 말을 짧게 남기고 수건을 받았다. 어느 정도 물기가 닦이자 그녀는 체육복을 챙겨 화장실로 향했다. 소마가 그 뒤를 따라갔다.
“오늘 몇 시에 일어났소?”
“일어난 지 한 시간도 안 됐어.”
“어제 무슨 일 있었소?”
“그, 영화를 봤는데 새벽 다섯 시 즈음 끝나서 밤을 새려다 그만 자 버렸어. 참 바보 같지……. 케이토 선배가 알면 뭐라 하시겠다.”
그녀가 고개를 푹 숙이고 손으로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아직도 축축해보였다. 이제 발견했다. 왼손 약지에 반지를 끼고 있었다. 반지가 끊겨있어서 조절할 수 있는, 작은 꽃이 달린 금빛 반지.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다. 갓 맞춘 것이 아니라 조금 오래 된 반지 같았다. 소마가 반지에 대해 물으려 할 때 그녀가 그와 눈을 맞추었다.
“여기까지 안 따라와도 되는데.”
차분하고 낮은 목소리로 냉랭하게 말하니 아가씨 내지는 공주님이란 별명이 다시 생각날 것만 같았다. 뭘까. 오지 말라는 걸까? 혼자 갈아입을 수 있다는 것? 여자애 옷 갈아입는데 남자애가 따라오니 기분 나쁘다는 걸까? 당장이라도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는 그에게 그녀가 고개를 돌리곤 나지막이 말했다.
“와 줘서 고마워.”
펑, 하고 터져버릴 것 같았다. 눈도 마주치지 않고 한 말이었는데도 어쩜 그리 듣기 좋은지.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묵묵히 걷다 화장실 앞에 다다르자 입을 열 수 있었다.
“빨리 갈아입고 오시오.”
라고.
그녀는 싱겁다고 생각했다.
화장실 한 칸에 들어가 젖은 옷들을 벗었다. 속이 비칠까 재킷을 끝까지 잠그고 왔다. 재킷도, 셔츠도 벗겨지지 않아서 안간힘을 써야 벗을 수 있었다. 치마는 그나마 양반. 양말도 거꾸로 벗을 수밖에 없었다. 스타킹을 신고 왔더라면 다 버렸을 것이다. 입을 수 있는 건 속옷뿐이었다. 수건으로 톡톡 물기를 닦았다.
호쿠토가 준 체육복은 그런대로 맞았다. 후배는 여자애인가? 키는 그녀보다 조금 더 클 것 같았다. 은근히 바지가 길어서 몇 번 접었다. 발목이 드러났다. 그녀는 체육복 상의 지퍼를 목 끝까지 올렸다. 호쿠토에게 가서, 그 후배를 소개시켜달라고 해야지. 세탁해서 돌려준다고 해야겠어.
그녀가 화장실에서 나오자 벽에 기대있던 소마가 총총 다가왔다. 그녀를 바라보더니 거울을 안 보고 왔느냐 물었다. 어쩐지 불쾌하게 느껴져서 되물었더니 그는 말을 할까, 하고 망설이는 기색을 보였다. 그녀가 재차 묻자 그가 양해를 구했다.
“머리카락 잠깐 만져도 되오?”
“헝클어진 거야?”
“꼭 그런 건 아닌데, 그렇다고 할 수 있소.”
“그럼 내가 할게.”
그녀가 그 자리에 서서 머리를 슥슥 문질렀다. 그의 얼굴은 영 만족스럽지 않은 것 같았다.
“됐어?”
“아니오.”
그녀가 소마를 향해 머리를 숙이자 그가 머리카락을 정리해주었다. 잔머리가 많았고, 엉킨 곳도 있었다. 차분하지 않았다. 그는 물기가 없는 수건을 찾더니 그녀 머리에 얹어주었다. 손가락을 움직여 구석구석 물기를 닦아주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라 그녀는 당황했다. 이래도 되는 걸까. 괜찮은 걸까.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 걸까. 그가 이제껏 해왔던 행동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었다.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그녀의 얼굴을 보지 못하는 게 다행이었다. 차분하지 못하게, 화들짝, 놀라며, 그를 밀어냈다.
“미, 미안하오. 머리카락이라도 함부로 손대면 아니 되는 것을…….”
사과했다. 그의 얼굴에선 많은 걸 읽을 수 있었다. 그 역시 당황했고, 무언가 잘못한 건 아닌지 생각했고,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 그녀는 애써 표정을 평소처럼 되돌리며 아니라고, 그저 놀랐을 뿐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그는 그녀의 손을 응시하더니 조심스럽게 반지가 지저분해졌다고 말했다.
“원래 지저분한 것일 수도 있는데……. 낀 지 오래 됐거든.”
소마가 그렇군, 하고 수긍하며 넘어가려 했다. 그녀는 어쩐지 장난이 치고 싶어져서 반지를 낀 손을 내밀었다. 그가 손과 얼굴을 번갈아가며 보자 그녀가 말했다.
“지저분해졌다며?”
그가 이해하지 못하자 그녀는 그런 것도 내가 말해줘야 하냐며, 지저분하니까 해결 해 달라 했다. 곧 이해하고 오른손으로 조심스럽게 그녀의 손을 받아들었다. 먼저 눈에 들어온 손톱이 부드러운 직사각형처럼 예뻤다. 꽤 길었다. 깎은 지 오래 된 것 같았다. 깎은 면이 울퉁불퉁했다. 서툰 솜씨. 손은 통통했다. 손등은 비에 젖었는데도 불쾌하게 축축하지 않았다. 좋은 피부처럼 촉촉하고, 부드럽고, 매끄러웠다. 그는 엄지손가락으로 반지를 훑었다. 가볍지는 않았다. 닦아낸다는 마음으로 지나갔다. 왼손을 들어 꼭 잡았다. 손톱을 만지작거렸다. 손을 꾹꾹 눌렀다. 반지 대신 손등을 가볍게 훑었다. 그녀가 간지럽다고 웃었다.
“우리 이런 장난 칠 사이구나.”
그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만큼 가까워진 것이오?”
그녀는 다시 웃었고, 빨리 돌아가자고 재촉했다.
교실에 돌아왔더니 비닐 가방이 있었다. 아라시가 가져온 건데, 옷이 젖어 있으니 여기에 넣으라고 했다. 그녀는 교복을 곱게 접어서 비닐 가방에 넣었다. 같은 반 남학생들은 물론, 다른 반 남학생들, 심지어는 한 학년 아래의 후배에게까지 도움을 받았다. 그녀는 생각했다. 이 아이들한테 나는 어떤 존재일까? 하교시간이 다가올 즈음 호쿠토를 통해 체육복을 빌려주었다는 마시로 토모야를 만났다. 토모야는 그녀와 키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남자애였다. 그녀는 연거푸 고맙다고, 내일 꼭 세탁해서 가져오겠다고 했고 토모야는 편할 때 주셔도 된다며 얼굴을 붉혔다. 그녀는 그럴 수 없다고, 토모야에게 꼭꼭 가져다주겠다며 약속 했다. 토모야가 프로듀스과에 새로 온 여학생과 이야기 하고 있는 게 신기했는지, 그의 친구들은 교실 뒤편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일 학년 남자아이들은 대부분 그녀보다 키가 컸는데도 아이 같은 면이 있었다. 귀엽다고 여겨질 정도였다.
하교할 때는 비가 그쳐서 부담 없이 집에 갈 수 있었다. 오늘도 홍월의 연습. 무대가 기대됐다.
그녀는 집에 가는 길 내내 소마를 생각했다. 확실히 처음과는 달랐다. 워낙 잘 챙겨주기는 하지만, 오늘은 잘 챙겨주는 것뿐은 아니었던 것 같았다. 미묘했다.
칸자키 소마는 잠들기 직전 그녀 생각이 났다. 그녀와 가까워진 것 같아서 만족스러웠다. 말도 길게 안 하던 처음을 생각해 보면 완전 큰 발전. 기뻤다! 그녀를 좋은 친구라고 생각해서, 더 가까워지고 싶었다.
그녀의 두 달은 앞으로 3주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