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스타][드림][소마몽즈]두 달 Chapter 7
흑역사적립... 대략 우츠다 시니따이
Chapter 7
몽즈는 밑밥을 깔겠답시고 홍월 연습실에 찾아갔다. 소마가 데리고 가면 쿠로가 반겨주었고, 케이토는 형식적인 인사만 할 뿐이었다. 그녀는 케이토가 많이 어려웠지만, 친해지려고 노력했다. 매일 음료수나 배를 채울 수 있는 자그마한 간식거리를 사서 주었고, 칭찬도 많이 했다. 역시 소마와 쿠로에게는 그나마 쉬웠지만 케이토는 어려웠다.
몽즈의 집에 가기 이틀 전 그녀는 케이토가 유난히 안경을 많이 만지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녀는 아무 생각 없이 안경을 바꾸셨냐고 물었는데, 케이토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녀가 알아본 게 기뻤는지 그는 그녀에게 안경이 불편해져서 바꿨다고 했다. 케이토가 먼저 이야길 시작한 게 기뻤다. 불편해서 바꾼 걸 적응하는 게 더 불편할 때가 있다고 하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자신은 여분의 안경을 늘 가지고 다닌다고 했다.
“헉. 대단해요. 케이토 선배는 철저하신 거 같아요.”
“이 정도는 기본이다.”
라고는 말하지만, 조금 뿌듯해 보였다.
케이토에게 조금 점수를 딴 것 같지만 그건 그냥 소마 친구로서의 점수인 것 같아서 아쉬웠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프로듀서의 면모를 발휘할 수 있는 거, 그녀는 잘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몽즈의 집에서 식사를 하는 날이 왔고, 몽즈는 늦지 않으려고 재빨리 나갔다. 교문에서 세 사람을 데려오기 위함이었다. 교문 앞에는 케이토가 서 있었다. 어쩐지 눈치가 보여 사과했다. 그는 그녀에게 사과할 필요가 없다고 대답했다. 케이토 선배는 친절하다고 노트에 세 번 강조하기로 했다.
소마가 헐레벌떡 뛰어왔다. 늦어서 미안하다고 하자 케이토는 ‘네놈들은 똑같다’고 했다. 가장 늦게 나온 건 쿠로였다. 심지어 소마가 나오고 20분이 지나서야 왔는데, 약속시간 전에 온 건 맞지만 케이토와 몽즈, 소마가 너무 일찍 왔다. 케이토는 설교를 하려다 소마와 몽즈가 배고프다, 빨리 집에 가고 싶다는 말을 해서 어쩔 수 없이 집으로 향했다.
아도니스의 영향으로 소마는 몽즈가 약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30분 동안 아무렇지도 않게 걸었다. 다른 멤버들이 언제 도착하느냐고 물었다. 몽즈는 곧 도착한다고 말했다. 그 대답을 세 번 정도 들었을 때 진짜로 도착했다.
그녀는 혼자 사는데다 단기간만 머물 곳이어서 네 사람이 들어가기엔 좁았다. 원룸이었다. 그녀의 집은, 한 구석에 이불이 말끔하게 개여 있었고, 옷장 대신 캐리어에 옷이 들어가 있었다. 벽에 걸어둔 옷걸이에는 셔츠가 걸려있었다. 책상은 방의 크기에 비해 컸다. 책상 중앙은 비어 있었고, 왼쪽에는 책과 노트가, 오른쪽에는 화장품이 있었다. 텔레비전이나 컴퓨터는 없었다. 주방도 허전하긴 마찬가지였다. 큰 아이스박스가 그 허전함을 조금 달래주었다. 그들에게는 익숙하면서도 조금 다른 방이었다.
“어제 마트 가서 장 보고 왔어요. 이 상 어때요? 어제 왔는데 이거면 네 명이 충분하겠지?”
그녀는 커다란 탁자를 들고 와서 폈다. 그녀의 팔과 길이가 비슷해 보였다.
“일본 사람들은 다 상냥한 거 같아. 배달 힘들 텐데, 웃으면서 주더라. 기분 좋았어. 자, 앉아.”
세 사람이 앉자, 그녀도 남은 자리에 앉았다. 그녀가 기쁜 기색을 숨기지 못하며 말했다.
“준비하려면 조금 걸릴 것 같은데 뭐 할래요?”
그녀가 책상을 뒤지다 말했다.
“책……은 저 혼자 좋아할 것 같고.”
“아가씨, 우리끼리도 즐겁게 놀 수 있잖아? 지난번에 데려다줄 때, 아가씨가 이야기 하는 거 꽤 흥미롭고 재밌었는걸.”
“저는 식사준비 해야 하니까요.”
그녀가 머리를 하나로 모으고 동그랗게 모아서 손목에 있는 머리끈으로 묶었다. 소마가 그 모습을 신기하게 보고 있었다.
“그건 어떻게 하는 것이오?”
“소마도 해 줄까?”
소마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가 서랍을 뒤져 새 머리끈을 찾았다. 소마 뒤에 가 그녀처럼 머리를 묶어주었다. 머릿결이 그녀보다 좋았다. 가까이서 만져보니 비단처럼 예뻤다. 신라에서 왜 자색 염료가 비싸서 귀족들만 입을 수 있었는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머리를 다 묶은 뒤 뭉쳐진 머리카락을 톡톡 때리며 말했다.
“이거 베개야.”
“소인 이걸 베고 자면 되는 것이오?”
“그렇답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간식이라도 드실래요? 이건…… 전채요리!”
‘요리’의 발음이 좋지 않아, 그녀는 다시 발음했다.
“요리. 식재료와 함께 간식도 왔거든요. 제가 조금 먹었지만.”
그녀가 간식을 꺼내왔다. 한글이 잔뜩 적힌 과자였다. 개중에는 불량식품처럼 보이는 젤리도 있었다. 그녀는 봉지를 뜯으며 말했다.
“이 젤리 드셔보실래요? 이거 길어요.”
꺼내서 펼쳐보자 과연, 길었다. 소마가 달라고 해서 입에 넣어주었다. 그는 오물오물 씹으면서 젤리를 먹었다. 그녀가 귀엽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그녀가 두 분도 드셔보라며 한 봉지씩 내밀었다. 먹어보니 그리 나쁘진 않았다. 소마는 한 봉지 더 먹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간식들을 더 가져다주었다.
“혹시 볶음밥 괜찮아요? 저 이게 가장 잘하는 거라서!”
주는 대로 먹어야지, 하며 웃는 쿠로에게 토라진 얼굴로 조금은 기대해달라고 했다. 덧붙여서 요리를 잘 하는 남동생에게도 인정받은 거라고. 소마가 남동생이 있냐고 물었는데, 그녀는 한 살 아래라고 대답하곤 소마의 머리를 쓰다듬고 가 버렸다. 그녀가 가져다준 과자는 그녀의 취향이 잔뜩 묻어났는데, 꽃게나 새우 등의 해산물을 콘셉트로 잡은 과자였다. 특히 새우 과자는 매워서, 그녀가 중간에 먹으러 왔다가 눈물 흘리며 다시 돌아갔다. 그녀는 요리하는 중간에 ‘헉!’, ‘악!’, ‘아야!’ 등의 소리를 내서 몇 번이고 멤버들이 주방에 오게 만들었다. 계란 하나를 무참하게 깨부순 걸 제외하면 그럭저럭 순탄했다.
그녀가 요리하는 동안 세 사람은 간식을 먹으며 잡담을 나누었는데, 주로 과자와 그녀 이야기였다. 과자는 맛있다고. 그녀는 첫인상과 다르다고. 쿠로가 생각보다 살갑다고 이야기하자 그녀가 수저를 들고 쫄래쫄래 달려왔다.
“혹시, 볶음밥 먹을 때 뭐 다른 거 필요해요? 저 일본 가정식은 잘 몰라서. 한국에서 먹던 것밖에 없거든요.”
케이토가 자긴 필요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쿠로도 그리 대답했고. 소마는 조금 궁금한 눈치였지만 케이토와 쿠로가 앞서 필요 없다 해서 조용히 있었다. 그녀가 소마에게 묻자 소마가 조금 궁금하다고 했다. 그녀는 다시 주방으로 향했다. 그릇에 볶음밥을 담아 쫄래쫄래 달려왔다. 자리 앞에 한 그릇씩 놓았고, 컵과 물병을 가져왔다. 소마가 궁금해 하는 밑반찬들도 접시에 조금 덜어 가져왔다. 깻잎이나 오이무침, 장조림이 전부였다.
“반찬이 좀 적죠? 제가 반찬 하나만 갖고도 밥을 먹어서……. 간단하게 먹으려고 하다 보니 가짓수가 얼마 없네요.”
몽즈가 자리에 앉자 세 사람은 잘 먹겠다는 인사를 했다. 그녀는 그들이 귀여워서 죽을 것 같았다. 차려온 한 상 푸짐하게 먹는 손주들 보는 할머니의 기분인걸까. 쿠로는 맛있다고 했다. 케이토도 나쁘지 않다 했지만 기색으로 보아 마음에 드는 것 같았다. 소마는 다 먹을 때까지 아무 말 하지 않다가 밥을 다 먹고 나서야 맛있었다고 말했다. 소마에게 따로 덜어준 반찬은 네 사람이 함께 먹다 보니 금방 떨어졌다. 그녀가 뒷정리를 하려고 일어나자, 쿠로가 일어났다.
“먹은 값은 해야지.”
“소인도!”
“헉.”
케이토도 말없이 일어났다. 모두 자기가 먹은 그릇은 자기가 치웠고, 몽즈가 그릇을 닦으면 쿠로가 헹구었다. 케이토가 티슈로 물기를 닦았고, 소마는 상을 닦았다. 모든 일이 끝나고 탁자까지 치워지자 몽즈가 감동한 목소리로 말했다.
“손님인데. 감사합니다.”
쿠로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맛있게 먹었다고 했다. 케이토도 잘 먹었다 인사했다. 소마는 볶음밥이 맛있었다고, 며칠 전 부모님과 함께 초밥을 먹으러 간 것 이후로 행복한 경험이라고 했다. 케이토가 비교적 최근이라고 말했다.
분위기는 좋으니, 지금 말 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지금 이 순간을 위해서 저녁을 굶으면서까지 음료수를 주고, 연습실에 따라가고, 친해지려고 노력했다. 거절당해도 별로 아깝지는 않겠지만, 이왕이면 거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문득 너무 계산적으로 사람을 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들은 나를 계산적으로 대하고 있을까? ‘저녁을 굶으면서까지 음료수를 주었다’는 문장으로 며칠 전을 회상했다는 게, 그녀가 음료수를 마신 사람으로서 들었다면 기분이 나빴을 것이다. 확실히 이 태도에는 문제가 있는 것 같아서, 고치기로……. 경계는 하지만 계산적으로 대하는 게 아니라 친구를 사귄다는 마음으로.
“저 부탁드릴 게 있어요!”
일본어로 또렷하게, 간절하게 말했다. 시선이 모였다. 케이토가 안경을 추켜올리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같은 시선인데도 그의 시선은 날카로워서 당장이라도 위축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여기서 자신 없이 말하면 신뢰감이 떨어질 것 같았다. 그녀는, 각종 수행평가와 대회를 떠올렸다. 그녀 자신이 외국어라도 당당하게 발표하고 노래했던 과제들. 늘 좋은 성적을 거두었던 자신. 그때의 태도.
“홍월의 프로듀서가 되고 싶습니다.”
그녀가 여태 그들에게 보여준 태도와는 상반되는 느낌이어서 케이토조차도 긴장하고 주의 깊게 들었다. 첫인상은 공주님이나 아가씨였다면, 방금까지는 살가운 여학생이었다가 지금은 똑똑하고 유능한 회사원 같았다.
“사가미 선생님께서 프로듀스를 하라는 과제를 주셨습니다. 저는 홍월의 연습에 깊은 감명을 받아 함께 하고 싶음을 밝히는 바입니다.”
케이토가 잠시 말을 끊고 입을 열었다.
“홍월의 프로듀서라면 자기 자신의 일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네놈을 프로듀서로 써야 한다면, 네 장점과 실력을 입증해라.”
그녀는 핸드폰에 여태 해 온 작업물을 보여주며 디자인 전공이라고 밝혔다. 두 번째로 좋은 콘텐츠는 많은 콘텐츠를 접하고 비판하며 탄생한다며, 감상문을 적은 노트를 가져와 보여주었다.
케이토는 그녀의 그림을 보더니 물었다.
“다 네놈이 그린 것인가?”
“예.”
“이것도?”
케이토가 보여준 그림은 그녀가 스스로를 캐릭터화해서 그린 그림이었다. 소마는 그 그림을 보고 닮았다며 보내달라고 했다.
“제법이군.”
“감사합니다.”
“소인은 몽즈 공이 프로듀스 하는 것이 좋소!”
“기다려라, 칸자키.”
“혼자 스케줄 관리 하는 거 힘에 부치진 않나, 하스미 나리.”
“키류, 네놈은……. 전학생. 네 장점은 확실히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해. 프로듀스에 특화된 장점은 아니니까.”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케이토가 그녀에게 말했다.
“네놈이 주로 해야 하는 일은 우리의 레슨이다. 그렇다는 건 너에게 노래와 춤 레슨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겠지.”
현역 아이돌을 상대로 레슨을?
“아이돌의 가장 기본인 노래와 춤 실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쓰지 않겠다. 네가 비전공자인 건 감안하더라도 결코 만만치는 않을 것이다.”
“하스미 공! 그건…….”
“홍월의 프로듀서란 모름지기 완벽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녀가 뚱한 얼굴로 케이토를 바라보다 말했다.
“노래와 춤 동시에 하는 겁니까?”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고민에 차 얼굴을 찡그리다 말했다.
“언제까지입니까?”
“돌아오는 수요일에 3학년 A반에서 확인하지.”
“아, 짓궂으시다. 다른 선배들도 계시는 것 아닙니까?”
“관객이다.”
세상에. 이건 여태 고민한 것과는 수준이 달랐다. 한 번도 정식으로 배워본 적 없는 노래와 춤을, 모르는 선배들 앞에서 해야 한다니. 그것도 현직 아이돌 앞에서. 케이토 선배 친절하다는 거 다 지워버릴 거야. 쿠로는 짓궂다고 말했고, 소마가 안절부절 못 하며 몽즈를 붙잡았다.
“소인에게 말했으면 미리 설득했을 터인데, 몽즈 공…….”
“혼자 해결하고 싶었거든. 그럼 수요일에 3학년 A반으로 찾아가겠습니다. 부디 그 자리에 계셔 주십시오!”
케이토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노래에 언어는 상관없냐고 묻자 그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하늘은 그녀의 편이었다. 마침 반년 전에 준비해두었던 여자 아이돌의 노래와 춤이 있었다. 교내 대회에서 추었던 춤이었다. 내가 이렇게 재활용한다. 친구들아, 고맙다!
이야기가 끝나자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소마는 몽즈 옆에 앉아 그녀가 그린 그림을 구경했다. 케이토도 관심이 있어서 지켜보았다. 쿠로는 감상문 노트를 보고 이야기해줄 수 있냐고 물었다. 그녀는 외국어는 모국어 실력에 한참 못 미친다고 대답했지만 어설프게 번역하며 감상을 들려주었다.
그녀의 두 달은 앞으로 5주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