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스타][드림][소마몽즈]마음에 피어난 꽃
마음에 피어난 꽃
2016. 7
칸자키 소마, 몽즈. 하나하키병
예쁘지 않은 구석이 없었다는 말은 조금 껄끄러울까…….
몽즈는 웹서핑을 하고 있었다. 목적은 늘 비슷했다. 흥미를 끌만한 것이나 찾아보려고. 오늘은 허탕을 치나 싶었는데, 불법 만화 사이트를 뒤적이던 중 재미있는 병을 발견했다.
하나하키.
‘짝사랑을 하면 꽃을 토한다고? 우으, 구역질 나.’
그녀는 흥미가 생겨 더 찾아봤다. 좋아하는 사람의 색을 품은 꽃이라고도 하는데, 워낙 로맨틱한 소재니 이곳저곳을 거치다 변한 것이리라. 그녀는 생각했다. 좋아. 꽤 재밌어. 나중에 소마한테 알려줘야지.
덧붙여서, 근데 꽃 뱉는 건 진짜 힘들겠다.
아침, 등교. 칸자키 소마를 보자마자 머리카락을 날리며 뛰어갔다. 안색이 영 좋지 않았다. 어제 늦게 잤나? 그럴 애는 아닌데.
“너 너무 피곤해 보여.”
그는 그녀와 눈을 맞추었다. 속이 안 좋은가? 꼭 아픈데 억지로 학교 온 애 같네. 그녀의 얼굴이 굳었다. 기분이 안 좋은가?
“소인, 오늘 몸이 좋지 않아서…… 그게……. 때가 나빴소…….”
그녀는 붉은 입술로 웃으며 말했다.
“그런 걸로 화내진 않아. 근데 너 그거 알아? 누군갈 짝사랑하면 그 마음이 가슴 속에서 꽃핀대. 점점 커지면 입 밖으로 한 송이, 한 송이 떨어진다더라.”
“귀공, 그런 걸 믿소?”
“말은 좀 로맨틱하게 했지만 꽃을 뱉는 게 힘들게 느껴져서……. 그래서 기억해. 특이하잖아? 꽃의 색은 좋아하는 사람의 색이래. 출처는 인터넷. 그거 이름이 뭐더라…….”
그녀가 가슴 앞으로 팔짱을 꼈다. 갑자기 기억이 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이름이! 이름을 부여해야 당당히 맞설 수 있는데!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는데! 그녀는 고개를 오른쪽으로 기울이고는 생각이 안 난다고 했다.
“그럴 줄 알았소.”
“뭐야? 나한테는 일말의 기대도 하지 않는 거야?”
그녀가 심통이 나 입을 삐죽거렸다.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다. 그가 손으로 그녀의 입을 가볍게 밀어 넣었다. 그녀는 툴툴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중에 기억나면 말 해준다는 말과 함께.
다음 날. 매점에 들려 아침식사―빵―를 사 오느라 아슬아슬하게 교실에 들어왔다. 늘 그렇지만. 그녀의 눈엔 그가 들어왔고, 꼭 거치는 하루일과처럼 그 앞에 섰다. 근데, 유감스럽게도 그의 상태는 어제보다 더 나빠 보였다. 예쁜 눈이 더 흐려졌고, 피부에 혈색도 없는 것 같고. 입은 틀어막고. 이러다가 죽는 거 아니야? 그녀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내밀었다. 소중한 아침식사.
“한 입?”
그는 고개를 저었다.
속이 안 좋으냐고 묻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즉시 빵을 책상 밑으로 숨겼다. 속이 울렁거릴 때는 아무리 맛있고 좋아하는 음식의 냄새라도 물을 붓고 싶을 정도로 싫어지는 법이다. 그를 걱정스레 내려다보는 가운데 그가 입을 열었다. 어제 말해준 병을 화제로 올렸다. 시답잖다 치부하고 잊었을 법도 한데 기억하고 있는 게 기뻤다. 그런데 그는 힘이 없었다. 평소라면 짧게나마 했을 대답도 가벼운 제스처로만.
“근데 너 진짜 안 좋아 보여.”
“괜찮소……. 그 이름이 무엇이오?”
아픈 와중에 그 병의 이름을 물을 생각을 하다니. 다른 의미로는 멀쩡한 것 같았다. 예컨대 호기심?
“아직도 기억 못 했어…….”
그러나 유감, 시답잖다 치부한 건 그녀인 것 같다. 그러자 그가 한숨을 푹 쉬었다. 그녀는 생각했다. 나한테 실망했나? 아파서 그런 걸까?
“상태 완전 나빠 보이는데. 양호실로 데려다줄까?”
갑자기 그가 입을 세게 틀어막았다. 아무리 아파도 그렇지 사람을 앞에 두고…… 그럴 수 있지.
“괜찮소…….”
연약한 목소리로 말을 하곤 책상에 엎드렸다. 이렇게 아플 애가 아닌데. 오히려 아프면 그녀가 더 아팠을 텐데! 그녀는 그의 머리카락을 매만지다 자리를 떠났다.
집에 가서 검색했다. 오늘의 목적은 조금 달랐다. 흥미가 아니라, 아픈 친구를 위해서. 어쩐지 마지막 부탁이 될 것 같아서 의무감에 샅샅이 뒤졌다. 찾았다! 하나하키. 맞다, 하나하키였다. 모국어가 일본어였다면 쉽게 기억해낼 수 있었을 텐데. 그럼 소마와 이야기도 더 많이 나눴겠지. 아쉬워하며 그녀의 하루가 저물었다. 그녀는 네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침. 교실에 들어오자마자 그를 찾았다. 오늘도 나빠 보이는데. 혹시 입원해야 하는 건 아닐는지? 그녀는 앙증맞은 팬더 백팩을 내려놓지도 않고 그에게 쪼르르 다가갔다. 오늘의 상태를 더 가까이서 살피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려는 찰나 그가 구역질을 했다. 그녀가 멈췄다.
“속 많이 안 좋아?”
마음은 놀랐지만, 겉은 차분했다. 그가 입을 막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보이진 않지만 앞에서 구역질은 안 해주면 좋겠는데. 상처 받을 뻔 했다. 그나저나 속 안 좋을 땐 무엇? 콜라가 소화제였다는 얘길 들은 것 같은데. 탄산음료 한 캔을 사다주자는 마음으로 가방을 내려놓지도 않은 채 밖으로 나갔다.
매점에 갔는데, 그녀에게는 조금 불편한 선배가 있었다. 볼 때마다 탄포포쨩, 하며―대체 내가 어딜 봐서 민들레?―아는 척 하는데, 친구의 같은 유닛 선배이자 프로듀스 유닛 선배의 같은 반 친구이기도 해서 대놓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낼 수는 없었다. 카오루의 의도가 어땠든, 다른 사람의 인품이 어땠든 그녀는 한 마리의 경계심 많은 고양이가 되어 경계했다.
“탄포포 쨩―.”
여자아이는 기가 막히게 잘 찾아내는 것 같단 말이지. 카오루가 다가오자 몽즈는 어색하게 인사를 했다.
“무슨 일? 아침 식사 하러?”
“소마가 속이 안 좋은 것 같아서요. 탄산음료 사다 줄까 하고.”
“부럽네―. 탄포포 쨩의 음료수도 받고. 남자아이긴 하지만 소마 군 아픈 건 유쾌하지 않으니까!”
예, 예 하며 그녀는 탄산음료 한 캔을 사서 나갔다. 그래도 나쁜 선배는 아닌 것 같단 말이지.
교실에 돌아왔는데, 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럼 책상에 두면 될 텐데. 괜히 직접 건네주고 싶어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교실 어딘가에 있는데 그녀가 못 찾은 거라고 여기면서. 소마는 뒷문으로 들어왔다. 화장실에 다녀온 것 같았다. 그녀도 심하게 체해 화장실과 단짝친구를 맺은 적이 있어서 백 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는 음료수를 내밀었다. 아프지 말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떨떠름한 모습으로 받았다.
점심시간을 앞두고 지저분한 교실 모습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아 교실 뒷정리를 했다. 교실 뒷문에 멀뚱히 서 있는 소마를 등지고 몇 개 되지 않는 의자를 넣고 보니 그는 사라져 있었다.
왜 먼저 갔을까? 아, 설마 배가 너무 고파서? 그렇다 하더라도 한 마디 말도 없이 갈 애는 아닌데. 나한테 화난 게 있나? 그녀는 생각하며 식당에 들어왔다. 자연스럽게 줄을 섰다. 식사를 다 받고 나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카오루가 그녀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가 다가와서 말을 붙였다.
“오늘은 왜 혼자?”
“소마가 배가 많이 고팠나 봐요. 먼저 간 거 같아서.”
“소마 군은 나한테만 까칠하게 굴어도 될 걸 갑자기 탄포포 쨩에게도 그러는지 몰라.”
“이 정도는 양반이죠…….”
“그런데 탄포포 쨩, 우리랑 같이 밥 먹지 않을래? 앞으로 계속 같이 먹어도 괜찮고.”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카오루는 그녀의 식사를 들고, 보폭에 맞춰 걸으며 자리로 되돌아갔다. 케이토가 그 모습을 보고 다가왔다. 에이치도. 사람이 부쩍 늘어나 외롭지 않았다.
여러 의미로 속이 쓰리긴 하지만 소마의 행동을 일시적인 것으로 치부하고자 했다.
하루 종일 그는 그녀를 불쾌하고 서운하게 했다. 말을 걸면 구역질하며 뛰쳐나가는 것부터 시작해서 짧은 대답만 골라 하고, 그녀를 기다리지도 않았다. 누가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대놓고 그녀를 피했다. 그런 하루가 반복이 되었다. 그녀는 그처럼 행동하기로 했다. 서운한 감정을 담아서 나름 더 모멸적으로. 그녀는 아예 그를 없는 사람 취급하기로 했다. 갑자기 찾아온 변화에 마음이 쓰라리고 잠이 잘 오지 않긴 했지만, 원래 혼자서도 잘 다니던 터라 누군가가 먼저 말을 걸지 않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생활이 낯선 것은 아니었다.
잠들기 힘겨운 밤이었다. 생각할수록 전혀 모르겠다고 하던 참이었다. 왜 갑자기 일방적으로 단절해 버린 걸까? 물론 나 역시 그를 무시하고 있긴 하지만 그 쪽 이유는 짐작도 되지 않아. 속이 답답했다. 많은 콘텐츠에서 수백 번이고 재생산했을 상황. 좋아하는 사람의 웃는 얼굴이 떠오르고, 서로 웃으며 장난치던 기억이 떠오르고, 그 시간들이 너무 소중하게 느껴져서 눈물이 날 지경인 그런 상황. 그녀는 처음으로 보랏빛 꽃을 토했고,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그 애를 좋아하고 있을 거라고는 어렴풋이 생각하고 있었지. 이건 그저 확인 사살일 뿐이야! 그녀는 매일 밤에만 꽃을 토했다. 숨기기 급급한 꽃송이들. 임시로 서랍에 모아두던 꽃이 더는 들어가지 않을 정도였다. 인터넷을 찾았다. 사랑을 이루면 멎는댔다. 분명 서로 우호적인 사이에 있던 사람들만 이 병이 생겼음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이리도 막연하게 적어놓을 수 있을까? 사랑이 이루어질 거란 생각은 만약이라는 단어에 묶어 두었고, 내일 당장 그와의 관계를 깨끗하게 정리하기로 결정했다.
다음 날, 방과 후. 홍월의 유닛 연습이 끝나기 전. 그녀는 연습실을 조용히 나갔다. 학교 바깥에 자리한 마켓까지 가서 음료수를 사 왔다. 비닐봉투에 세 개 담아 혹시나 음료수가 미지근해질까 빠른 걸음으로 돌아왔다. 연습실에 도착하니 연습은 이미 끝나 있었고, 그녀는 음료수를 나누어주었다. 케이토가 두 개를 챙겨 소마에게 건넸다. 소마가 음료수를 받고 빠르게 연습실을 나가려던 그 때,
“칸자키, 얘기 좀 해.”
그녀가 불렀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름만으로 불렀던 소마를, 오늘은 성 만으로 불렀다.
“그렇게 무시하면 기분 나쁜데.”
대화에 성실히 임할 거란 기대는 않았지만, 그간 쌓아왔던 많고 많은 문장 중 가장 짧은 두 문장을 꺼내자마자 구역질을 시작하는 그를 보니 야속했다. 내가 그렇게 우스운가? 어느 날 갑자기 무시해도 좋을 정도로 만만해 보였나? 왜 너는 아무런 신호도 주지 않고 매몰차게 날 내쳤던 걸까? 내 얼굴 보기만 해도 역겨운가? 역겨워서, 대놓고 구역질을 참을 수 없을 정도인가?
“사람 면전에 대고 헛구역질 하는 게 예의가 아닌 건 너도 알잖아.”
화를 꾹꾹 눌러 담은 문장이었다. 소마는 말없이 응시했다. 그는 입을 틀어막았다.
“네가 날 싫어하는 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네가 최소한의…… 신호라도 주길 바랐어. 홀로 온 이곳에서 의지할 사람은 너밖에 없었으니까.”
그러자 그에게 기쁜 빛이 보였다. 얜 대체 뭐지? 이 행동은 날 무시했던 것과는 전혀 다르다고 생각했다.
“많이 의지했는데. 좋아하기도 했고.”
과거형으로 말했지만 사실은 현재진행형.
“근데 네가 모멸감을 느낄 정도로 무시를 해서…….”
그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상태가 이상했다. 이전부터 자꾸 구역질 하던 게 설마 아파서? 그러자 그에게 준비한 문장을 남김없이 쓰려던 마음은 무너지고, 관계가 나빠지기 전 친했던 그녀로 돌아왔다.
“소마, 괜찮아? 괜찮아?”
그녀가 그의 어깨를 꼭 붙잡았다. 그의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소마, 얼굴 들어봐.”
고개를 푹 숙인 채 입을 틀어막고 있던 소마의 볼을 붙잡았다. 조심스레 들어 올려 시선을 맞췄다. 진심으로 걱정했다. 이런 상황은 사랑이 커지는 상황이 아닌가. 왜 꽃이 나오려고 하지 않는 걸까.
그가 눈물이 가득 고인 눈으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미안하오…….”
짧은 말과 함께 그의 손에 고여 있었던 꽃들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한 송이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다른 한 송이는 옷자락을 스치며 나풀나풀, 바닥에 내려앉았다.
“이게 무슨…….”
그녀는 꽃을 한 송이 주워들었다. 검고, 붉고, 검붉은 꽃.
“이거 내 색, 어?”
이런 건 전혀 예상하지 못 했는데. 그렇다면 그간 계속 컨디션이 좋지 않고 구역질을 했던 이유가…….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녀의 색을 품은 꽃이었다. 그가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원체 붉은 얼굴이 더 빨개지고 덤으로 후끈거릴 테니까.
“이거 이름…… 알려주려고 했었는데…….”
그녀가 꽃을 더 주웠다.
“이거 때문에 그런 거야?”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걸 숨길 생각을 하다니, 나한테 고백할 생각은 없었나봐. 아니, 어쩌면 해결 방법을 몰라서 그랬을지도. 소마라면 인터넷에서 열심히 찾아볼 것 같진 않고. 아니, 아니. 다 중요하지 않아. 내가 자길 좋아하는 걸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나봐. 참지 않아도 좋았을 걸. 그럼 이렇게 고생하진 않았을 텐데! 몸으로나 마음으로나. 그래도 괜찮아. 이런 영화 같은 병이 아니었으면 평생 친구로나 살았겠지. 마치 갑돌이와 갑순이처럼? 그녀는 그의 손을 치웠다. 그와 눈을 맞췄다. 그의 빨개진 눈을 보고 웃었다.
“그럼 이제 멈출 거야. 사랑을 이루면 멎으니까.”
답답하지 않은 가슴을 느끼며, 자신의 색을 닮은 꽃을 떠올리며, 앞으로 더 좋은 관계를 이을 수 있길 바라며 말했다.
“나도 널 닮은 꽃이 아주 많이 있거든.”
6237자
글을 쓰는 일은 확실히... 재밌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