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할 만큼 시간이 흘렀다고 생각하는데 꼭 그런것도 아니었나봐. 너랑 헤어지고 난 뒤 영화 <비긴 어게인>을 다시 봤어. 네 생각이 났다기보단 어쩌다보니까. 이전에도 함께 두 번이나 본 영화였는데, 함께 듣던 노래를 일 년을 듣고 있었는데 감회가 참 새로웠어. 그레타와 그녀의 바람난 전 애인이 행복하게 지내던 나날, 애인의 바람 사실을 알게 된 날. 영화 속에서 연인밖에 보이지 않았어. 문득 너랑 내가 사귀었었던 날이 생각나. 내가 네 생일에 평소에 입던 티셔츠와 청바지 대신 하얀 블라우스와 검은 치마를 입고 나갔을 때 네가 정말 좋아했었던 기억이 나. 다른 사람들이 눈독들인다고 정말 싫어했었던 기억이 나.
우리가 어쩌다 그런 모습으로 끝났을까? 생각해보면 난 네게 악영향밖에 끼치지 않았나봐. 날 만나고 나서부터 넌 매일 울었고 매일 악몽을 꿨고 때로는 사랑해달라는 애원까지. 사실은 아직도 이해가 잘 안 가. 난 충분히 사랑 해 줬는데. 널 좋아하지 않고서야 그런 행동을 했을 수가 없는데.
때때로 내 행동을 돌이켜 봐. 매번 항상 같은 결론에 도달해. 내가 곁에 두기 좋은 사람이었을진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너에게 맞는 여자친구는 아니었다는거야. 넌 무엇보다도 마음을 표현하길 바랐고, 나는 친구처럼 대하고 네 앞에선 표현을 삼갔었어. 그래서 네가 그렇게 괴로워 했는지도 몰라.
너 이후에 다른 사람을 사귀었어. 그리고 다른 사람을 좋아했어. 그래도 너 만큼은 아쉽지 않아. 너에겐 못 해준 게 참 많아. 미련인가보다, 라고 생각해.
때로는 네가 다시 돌아오는 상상을 해. 어디까지나 상상이야. 내 실수로 널 놓친 건 맞지만, 그래서 아쉬운 것도 맞지만, 만약 네가 돌아오게 된다면, 만에 하나라도 네가 다시 나를 봐 준다면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