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안즈] 너는 내 언니지?
아라안즈 뽕이 차 오른다... 근데 차오른 만큼 잘 풀어내진 못한 것 같아요. 이런 걸 쓰면 제 멘탈이 ㄴ무 아픈데 으흐ㅡ그흐극흐ㅡㄱ흑흑
앗 그리고 에이안즈책 수량조사 하고 있어요...! 아직 내지도 않았지만 계획도 없지만 다음 책은 아라안즈 하고싶다........
1
나루카미, 나루카미.
응? 왜, 안즈 쨩?
너는 내 언니지?
아? 물론이지!
그럼 내 이야기, 잘 들어줄 수 있어?
2
벽에 머리를 박고 울었다. 오랜만에 만난 네 앞에서 울었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만나고 시간이 얼마나 흘렀지? 세 달? 늦었다 생각해도 기회가 있으리라 여겼는데. 졸업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잖아.
3
나는 안즈를 좋아했다. 좋아한다. 좋아할 것이다.
4
나는 그 애에게 어떤 존재였을까. 내 입으로 숱하게 말하고 다녔던 모두의 언니? 그래. 그것도 나쁘진 않지만 마냥 좋지도 않아. 너에게는.
5
언니라는 칭호는 참 대단했다. 다른 남학생들은 이 칭호가 없어서 너와 멀었지. 나는 그들보다 한 걸음 더 가까이 있었다. 멀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함께 디저트를 먹고, 쇼핑을 즐기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일! 내게만 부여한 특권! 이 이름이 너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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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름으로 너와 더 오래 있을 수 있었지. 네가 날 믿어서. 사실은 다른 남자애들과 전혀 다를 게 없는데도 말이야. 어쩌면 갈망했을 것들을 나는 언제나 원하고 있었는데. 네게 손을 뻗을까, 말까. 만질까. 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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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다가는 네가 멀어질까. 그것이 두려워 바짝 다가가지 못했다. 지금의 관계가 좋아서 변화를 원하면서도 용길 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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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까지. 우리가 전혀 이상하지 않은 관계로서 공적으로 만날 수 있는 마지막 날까지. 그 날 나는 혼자였고, 너는 많은 사람들 속에 있었다. 너의 부모님. 남동생. 가족들. 친구들. 트릭스타. 아무튼, 많이. 나와는 대비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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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변화를 줄 엄두조차 나지 않았는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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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는 만나고 싶어도……. 우리 서로의 일이 바빴다는 핑계를 댄다. 그 세 달 동안, 봄이 찾아와 꽃이 만개할 때까지 나는 네 생각을 않은 적이 단 하루도 없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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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게 정식으로 나를 보여줄까. 내가 여태 어떤 마음이었는지 알려줄까. 널 좋아했노라고. 아니, 좋아하고 있노라고. 늦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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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간히 들려오는 네 이야기는 너의 짧은 메시지들이 전부였다. 오늘 어떤 걸 먹었어. 맛있더라. 너도 먹으러 가 봐. 우리 디저트 함께 먹던 때가 그립다. 고등학교 다닐 때는 좋았는데. 요즘 그 브랜드에서 나오는 블러셔 정말 예쁘던데. 나루카미도 샀어? 그것도 자주는 아니고. 가끔. 잊을만하면 한 건, 한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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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네가 내게 연락하고, 만나자고 하니. 기뻤다. 오늘이 오기만을 기다렸어. 머리도 새로 했어. 새 화장품을 익혔어. 내게 가장 잘 어울릴 옷을 골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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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좋아한다는 카페로 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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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카미, 나루카미.
응? 왜, 안즈 쨩?
너는 내 언니지?
아? 물론이지!
그럼 내 이야기, 잘 들어줄 수 있어?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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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임신했어.
응?
졸업 하고 얼마 되지 않아 남자친구가 생겼는데, 충동적으로 하다가 그만…….
……어?
그 사람에게 말 했는데, 내가 원하는 대로 하라는 거 있지. 나는 아직 어리고, 나한테도 내 삶이 있으니까 아이를 지운다고 해도 반대 하지 않을 거라고. 결혼해서 키우고 싶으면 하겠다고. 아이가 생겨서 참 기쁘다고. 어떤 결정이든 지지하고 경제적으로 지원을 해 주겠다고 했어. 자기가 부족할지는 모르겠지만 마음도 많이 줄 거라고. 참 괜찮은 남자이지 않아?
어? 그, 그런 것 같네.
그래서 결혼 해. 양가 부모님께 엄청 혼나고 반대도 심하셨는데, 그이가 우리 부모님도 설득해서 허락 받았어. 아버진 그이가 꽤 마음에 드시나봐. 논리정연하면서도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게 있대. 시어머니 되실 분은 어떠실지 모르겠지만…… 좋은 분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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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이렇게 예쁘게 웃는 건 처음이었어. 학생일 때 네 모습보다,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진 네가 더 생기 있어 보였어. 너는 환하게 미소 지었어. 혈색이 좋은 얼굴에 홍조가 떠올랐어, 건강하단 인상을 줄 정도로 통통한 볼이 눈에 들어왔어. 몸짓도 더 커졌어. 네 목소리도 더 올라가 발랄해졌지. 쓰는 단어도 더 긍정적으로 변했어. 웃을 때 이를 많이 드러내는구나. 사소한 곳 하나하나가 사랑스러워졌어. 네가 행복하다는 게 느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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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게 꼭 알리고 싶었어. 배가 더 부르기 전에 식을 올리려고. 너무 늦어지면 혼인신고서부터 작성하게. 그이가 식을 꼭 화려하게 올리고 싶대서, 식은 꼭 올리기로. 정말 좋은 사람이야. 나를 얼마나 귀하게 대해주는지 몰라. 누가 보면 내가 문화재인 줄 알거야. 함께 백화점에 가면 나보다도 더 신이 나서 아기 옷을 보고 도저히 고를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아이가 생긴 게 그렇게 기쁜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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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를 나와서 걸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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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갓길은 그대로네. 변하지 않았어. 나도 변하지 않았어. 변한 건 너 하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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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보처럼 느껴졌어. 일찍, 조금만 일찍 말했더라면 우리 미래가 바뀔 수도 있었는데. 내가 너와 함께 신혼집을 알아보고, 혼수를 고르러 다닐 수도 있었는데. 내가 그 남자보다 더 좋아해줄 수 있는데. 아기 옷은 물론이고, 신발과 장난감을 보면서 더 행복해할 수 있는데. 전하지도 못했어. 아. 차라리 부끄럽더라도 졸업 하던 날 네게 고백할걸. 그럼 이렇게…… 지금처럼 후회 하진 않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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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나루카미. 청첩장 보낼 테니까, 꼭 와 줘야해? 넌 나한테 예전부터 지금까지 쭉 언니니까, 우리 언니가 내 결혼식 보러 와 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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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게. 꼭 갈게. 다른 약속이 있어도 취소하고 갈 거야. 안즈 쨩의 결혼식인데. 당연히 가야지. 또 누가 와? 어머, 나 진짜 기대 돼. 누가 먼저 결혼할지 내심 궁금했는데, 그게 안즈 쨩이 될 줄이야. 그것도 졸업한지 일 년도 안 되어서! 넌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모를 거야! 얘기 쭉 들어보니 신랑 될 사람도 참 좋은 사람 같네. 좀 질투 나는데? 이즈미쨩이나 왕님도 불러야 하는 거 아니야? 아니, 아니. 유메노사키 학생들은 다 불러야겠는데? 학생 신분으로 결혼식 가는 애들도 많겠네. 우리 모두 너한테 신세 진 게 많잖아! 다들 진심으로 축하해 줄 거야. 아, 결혼 진심으로 축하해. 안즈 쨩. 네 결혼식, 꼭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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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나루카미? 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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