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창작/앙상블 스타즈!

[에이안즈] 아름다워 보여 019 (完)

글쓰는 김자몽 2016. 1. 21. 22:01

못된 고등학생과!!!!!

어른이만!!!!!!

읽어주새오!!!!!!!!!!!!












019





 얼굴이 붉어진 네 모습이 보인다.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머리카락이 뒤엉켜 있다. 눈에는 눈물이 조금 고여 있다. 눈동자가 흐리다. 속눈썹이 촉촉이 젖어 엉켜 있다. 네 어깨에 잇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다. 이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만 입을 벌리고 숨을 내쉰다. 마른 입술에 내 입을 갖다 댄다. 순순히 벌어진다. 등이 쓰라리다. 손톱으로 할퀸 자국이 나 있겠지. 허리를 조금 움직이자 그녀가 작은 신음 소리를 낸다.

“미안, 미안해.”

 너는 내 밑에 있고, 나는 네 위에 있다. 내 몸이 빛을 가려 네 얼굴엔 그림자가 져 있다. 내 몸을 지탱하는 팔. 그 끝에는 네 손목을 결박하고 있는 내 두 손. 숨소리가 아직도 거칠다.

 너는 최고의 애인이다. 내 품에 안정적으로 들어오는 어깨. 달콤한 신음들. 다른 사람이라면 육체적으로만 보일 우아한 몸짓들. 나를 받아들일 수 있는 최적의 몸. 고통을 덜어내고자 허우적대는 입술. 고운 곡선으로 이루어진 너의 몸 곳곳. 깔끔한 선을 가진 목. 부드럽고 말캉한 살. 나를 감싸는 가는 팔. 단연 최고의 연인이다.

 사랑을 참을 수가 없어 몸을 숙여 볼에 입을 갖다 댄다. 입술로 물 듯 말 듯. 쪽 소리가 난다. 아직도 널 가득 채우고 있는 내 몸. 계속 채우고 싶어 할 나.

“몸은 주어도 입술은 내 주지 않는다고, 그랬었는데.”

 나는 말한다. 너의 입술을 가졌어. 네 마음도. 너의 몸도.

“비로소 널 가졌어.”

 그러자 그녀는 웃는다. 아하하 하고. 웃음소리에 소름이 끼친다. 당황스러움을 숨길 수 없다. 나에게 붙잡힌 채로 웃는다. 간담이 서늘해진다.

“저를 어떻게 보시고 계셨는지, 마음대로 생각해도 될까요?”

 말을 마치고는 또 웃는다. 이건 비웃음이다.

 머리가 지끈 거리기 시작한다. 무의식 속에 덮어졌을 것만 같던 불안감이 고개를 든다.

“저를 가졌다고요…….”

 소리 내어 웃길 멈춘다. 측은함을 담은 눈에 미소만 띤다.

“오만하시네요.”

 갑자기 이 무슨 말인가 싶다. 지금 웃어도 미소가 자연스럽지 않으리라는 게 느껴진다. 네 눈을 마주하기가 힘들다.

 내 확신이 아니었을까.

“나는 단 한 번도 마음을 내어 준 적이 없었는데.”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한다. 내가 굳게 믿었던 것들이 사실은 아닌 거야? 아니야. 그럴 리가 없잖아. 너는 그 누구보다 달콤한 연인이었는데. 나의 사랑. 나의 애인.

 나는 우스꽝스럽다.

“거짓말.”

 그녀는 진심이다.

“맹세코 진짜예요.”

 그럴 리가 없잖아. 네가 보였던 행동들을 떠올린다. 좀 전만 해도 나를 허락하던 네가. 멋쩍게 나를 툭툭 치던 네가. 피곤한데도 나를 만나러 올까 고민했다던 네가. 나를 거부하지 않던 네가. 내 무릎에 눕던 네가. 내 고백에 입을 맞추던 네가. 나를 기다리던 네가. 학생회실에서 내 셔츠의 단추를 풀었던 네가. 나를 집으로 불렀던 네가. 어두운 골목 속에서 바라보았던 네가. 대관람차 속에서의 네가. 솜사탕을 먹던 네가. 나를 두 팔로 끌어안아 주었던 네가…….

 그게 진심이 아니라면 대체 뭐야. 내가 우스워질 걸 알면서도 묻는다. 믿기지 않는다.

“진심은 맞지요. 단지 내 진심은 당신의 것을 욕망하는 거였지.”

 그리고 나열한다. 당신의 아름다운 외모. 듬직하고 큰 키. 고운 목소리. 부유한 지갑. 배려 해 주던 태도. 사랑이 느껴지는 모든 언행들. 그녀는 웃는다. 웃어. 나열한 것들이 사랑스럽다는 얼굴이다.

“이 모든 걸 좋아했지만 사랑 했다고 할 수는 없네요.”

 눈가가 욱씬거린다. 코끝이 매워진다.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이 느껴진다. 네게 추한 내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 애써 감정을 압축해 잠시 감추어 두려고 해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럼 난 너에게 어떤 존재니?”

 한 음절 한 음절. 발음하는 것이 어렵다. 입이 구겨진다.

“아직도 날 혐오하고 있어?”

 눈앞이 흐려진다. 그녀의 얼굴에는 변화가 없다. 웃는다.

“혐오하지 않아요.”

 그녀는 조용히 말 한다. 내 눈이 크게 뜨여진다. 그럼. 그럼 무엇이야? 사랑을 갈구하듯 묻는다. 아니, 사랑을 갈구하는 것이 맞다. 이미 한 풀 꺾여버린 희망인데도, 혐오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자 다시 살아난다.

“이제 싫어하지 않아요. 좋아하지도 않고 사랑하는 건 더더욱 아니예요.”

 아. 신음만 나온다.

“혐오라는 감정을 쓸 정도로 가치 있는 사람인지, 저는 모르겠어요. 그래도 행복했는걸요.”

 그 말이 어찌나 순수하게 느껴지는지. 얼마나 천진난만하게 느껴지는지. 잔인했다. 그 와중에 ‘행복’이란 단어를 듣자 조금이나마 기분이 좋아진 나를 발견하고 비참했다. 내 마음은 더 이상 구멍 날 곳이 없는데도, 너 살아 있구나. 이 소녀의 입에서 나오는 긍정적인 단어에 반응을 하고 덩달아 기뻐지는구나. 내 자신을 동정한다.

 아. 나는 아주 건강하지도 않으면서 목숨을 부지할 수는 있는 상태인 짐승이다. 차라리 죽어 버릴 것이지.

 그녀와 첫 약속을 하며 나를 걸었던 손가락. 그것은 고리가 되었었다. 나를 걸어주었던 이 모든 것들이 부서져 떨어진다. 나는 무너져 내린다. 주변은 어둡고, 바닥은 끝이 없다. 언제까지고 떨어지기만 할 것 같다.

 네 모든 태도가 새로이 평가 된다. 다음을 기약하지 않았고, 나를 염려하지 않았다. 그저 불장난 같은. 우리의 관계는. 그래, 우리의 관계는 나 혼자만이 진지하게 임하고 있었을 뿐이다.

 나는 아직도 네 몸을 채우고 있다. 네 손목을 결박 하고 있다. 나는 네 몸을 가졌다. 내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내가 붙잡을 수 있는 것은 네 몸 뿐이다. 너는 내 마음을 조이고 있었다. 내 목을 옥죄이고 있었다. 숨이 막힐 것 같아. 내가 붙잡을 수 있었던 것은 네 몸 뿐. 네 마음이 아니면 내겐 이 아름다운 육신도 소용이 없어.

 결국 나는 내가 가장 갖고 싶었던 걸 갖지 못했다.

 서럽다. 서글프다. 우울하다. 감정을 억제할 수 없다. 울음이 터져 나온다. 내 밑에 자리하던 네 볼에 눈물이 몇 방울 떨어진다. 이 와중에도 네게 내 우는 모습을 보일 수 없다. 왼손을 떼고 눈물을 훔친다. 아프다. 네 시선은 여전히 내게 꽂혀 있다. 네 표정이 굳어진다. 자유로워진 오른손으로 나를 당겨 끌어안는다.

“울지 말아요.”

 그 말에 위안이 되는 내가 한심해진다. 서글프다. 서글프다. 내 무엇이 네 성에 차지 않아 나는 아직도 너에게 사랑 받지 못 할까. 그런데도 다정하게 울지 말라 달래주는 네 말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네 등을 감싸고 섧게 운다. 소리 내어 운다. 네 한 손은 내 머리를 끌어안고, 다른 한 손은 등을 부드럽게 토닥인다.

 내 울음이 널 얼마나 움직일 수 있을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대를 하게 된다. 나를 동정이라도 하지 않을까. 그래도 이전보단 나를 더 사랑해 주지 않을까. 아니, 좋아해 주려는 노력이라도 하지 않을까. 익숙하지 않았던 네 다정함. 이젠 익숙해서 아무렇지 않아.

 내가 애처롭다.

 우리는 함께 영화를 봤고, 나는 너를 안았다. 나는 내가 너에게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는 걸 깨달았다. 네 육체에 욕망을 풀지 않은 곳이 없지만, 네 마음에 들어가 자리 할 곳도 없다. 너는 나를 끌어안고 있다. 나는 네게 얼굴을 묻었다. 고개를 들어 네 얼굴을 바라본다. 너는 웃는다. 내가 여태껏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아름다운 미소로. 내린 비는 그쳤고 흐린 날은 개였다. 첫 약속 당일처럼 따사로운 햇빛이다. 바깥에서 어렴풋이 들려오는 소리가 아름답다. 우리가 함께 보았던 영화가 아름답고, 우리가 앉아 있었던 자리가 아름답다. 우리가 사랑을 나누었던 침대가 아름답고, 내가 안은 네가 아름답다. 아픈 말을 하는 네가 아름다웠다. 다시 네 얼굴을 확인한다. 너는 여전히 웃고 있다. 마르그리트 고티에가 되어 내 곁에서 떠나지도 않았고, 엘리자베스 베넷이 되어 나를 사랑하게 되지도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나와 함께 했었던 롤리타도, 연인의 프랑스인 소녀도 아니었다. 그래도 너는 아름답다. 사랑한다는 말이 차오르지만 삼켜 목 뒤로 넘겨 버린다.

 그 때와 같은 너도, 이런 너를 담고 있는 세상도 여전히 아름답다. 지독히 아름답다.






3878자




아악 아악 아아악 멘탈이 너무 아프다

BGM은 영화 롤리타(1997) ost를 들었습니다 분위기가 가장 맞는 것 같아서요

오늘로써 <아름다워 보여>를 쓴지 한달 째 되는 날이네요 이 때 딱 끝내니 기분이 이상하군...

흐흐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회지에는 내용을 조금 수정 해서 넣을 예정이에요 쓰면서 넣을걸 싶었던 것도 몇 개 있었고... 그리고 이후 에이치와 안즈의 이야기 조금조금조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