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창작/앙상블 스타즈!

[에이안즈] 아름다워 보여 014

글쓰는 김자몽 2016. 1. 17. 21:49

감상은 늘 받고 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014

 

 방과 후. 아무도 없는 고요한 시간. 홀로 있을 너. 아니, 홀로 있어야 할 너. 단 둘이서 만나고 싶었다. 이제 네 연락처를 알았으니, 기기를 사용해도 되건만. 나는 아직 직접 네 얼굴을 보고 싶다. 기기는 너를 만나기 위한 수단밖에 되지 않는다.

 학생회실의 문을 살며시 열고 들어오는 네가 눈에 들어왔다. 오늘도 너는 아름다워. 네가 드나들기에 충분할 정도로 문을 열고, 오른발을 내딛었다. 오늘 못 보던 운동화를 신었네. 완전히 들어오자 고개를 살짝 돌려 소리가 나지 않게 문을 닫고, 잘 닫혔는지 확인했다. 너는 조심스럽고 신중한 사람이구나.

 문고리에서 손을 떼자 내 쪽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자신감 있는 당당한 발걸음. 발소리. 운율. 살짝 나부끼는 잔머리들. 내게서 떼지 않는 시선.

 가볍게 인사를 건넸다. 그녀가 받아 주었다. 가슴 앞으로 팔짱을 끼며 물었다.

“어쩐 일로 부르셨어요?”

“네가 보고 싶었어.”

 그러자 그녀가 하, 하고 가벼운 웃음을 터뜨렸다. 눈을 감고 이가 보일 정도로 입을 벌려 웃었다. 가리지 않은 얼굴. 입가에 가벼운 미소를 띠웠다. 그녀의 눈이 부드럽게 접혔다. 곡선이 어색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이렇게 자주 부를 거예요?”

“내가 갈까?”

 그녀가 좀 전보다 더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즐거워하는 것 같았다. 나로서는 어디가 즐거운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었지만 웃는 모습을 보니 덩달아 즐거워졌다.

 그녀에게 한 발짝 다가가 허리를 끌어안고 팔에 가두었다. 입꼬리를 올리고 사랑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헝클어져 있던 머리카락을 정리 해 주었다. 그녀가 웃었다. 이곳에 들어와서는 줄곧 웃기만 한다. 사랑스러워. 꼭 끌어안아 입을 맞추고 싶다.

 눈동자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냐는 물음이 담겨 있었다. 형광등 불빛 때문일까. 반짝반짝 빛이 났다. 오늘 네 입술은 오렌지색. 고개를 숙이더니 내 가슴에 머릴 기댔다. 행동 하나하나가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어떤 언어가 널 완전히 설명할 수 있을까?

“여긴 학교인데, 이래도 돼요?”

 내가 감은 눈 위에 가볍게 입을 맞춘 후였다.

“내가― 여기가 밖이면 이해를 할 텐데. 안 돼요. 안 돼.”

 내 가슴을 손가락으로 톡톡 치며 나를 밀어냈다. 나는 팔을 풀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떤 행동을 취해도 넌 아름다워.

“그럼 나갈까?”

“나가면. 나가면 어떡할까요?”

 그녀는 후후, 웃었다. 웃음소리가 익숙했다. 내 웃음소리와 비슷했다.

“네가 영화를 좋아한대서, 찾아봤어.”

“응? 무엇을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올려다보았다. 천진난만했고, 맑았고, 사랑스러웠다. 사랑스러워. 사랑스러워. 네게 이 말이 아깝지 않아.

“옛날 영화 DVD라던가, 그런 걸 볼 수 있는 장소.”

“어머, 정말요?”

 순수한 기쁨이었다.

“어떤 영화가 있어요? 꼭 보고 싶은 게 있어요.”

“뭔데?”

“연인.”

 내가 웃음을 터뜨렸다. 롤리타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것도 야한 거 아니야?”

 그녀는 천연덕스럽게.

“그게 중요한가요?”

 귀여워서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외간 남자와 함께 야한 영화를 보겠다는 거야?”

 그러자 그녀가 심통을 냈다. 눈썹을 찡그리고 장난스러운 원망이 담긴 얼굴이었다. 사랑스러워. 볼을 손가락으로 콕 찔렀다.

“정말이지, 그런 말 말아요? 응?”

“화났어?”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당연히.

“응. 화났어요.”

 얼만큼, 하고 물었다. 그녀가 팔을 양쪽으로 벌려 자신이 화가 난 정도를 가늠했다.

“이만큼.”

 후후, 귀여웠다. 소리 내어 웃으며 그녀를 깊게 끌어안았다. 그녀의 두 손이 내 등에 닿는 게 느껴졌다. 손끝부터 하나하나, 조용히 내려앉았다.

“나를 어떻게 할 거예요?”

 웅얼거리는 목소리. 투정일까.

 내가 입을 열어 대답하려던 찰나 그녀가 말을 이었다.

“그럼 당연히 가야지. 아, 못 들은 걸로 하세요.”

 나답지 않게 웃었다. 크게 웃어버렸다. 그녀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웃어버렸다. 배가 아플 지경이었다. 어쩌면, 너는 말 한 마디로도 날 이렇게 웃게 만들까. 네 새로운 장점을 발견했다. 아니, 아니야. 이 표현은 아니야. 너를 빛내는 또 하나의 다이아.

“너는…….”

 그녀의 목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말했다.

“내게 있어서 달콤한 연인이야.”

 지금 네 태도는, 네가 나를 혐오했다는 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달콤했다. 꿈같을 정도로, 솜사탕이 입 안에서 사르르 녹는 게 느껴질 정도로 달콤했다. 네가 그 사람이 맞는 걸까? 내 고백을 듣고 너 자신을 동정한다고 말했던 너일까? 혹시 누군가가 나를 혐오한 너와 달콤한 너를 바꾸어 놓은 건 아닐까?

 그렇다면 날 혐오한 너는 어디에 갔을까.

“제게 연인이란 호칭이라니. 황송하네요.”

 그녀가 내 목을 끌어안으며 말했다. 입술이 가까이 다가왔다. 이 입맞춤은 스쳤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가벼웠다.

“그러니까 연인을 봐야죠.”

“결론은 그거야?”

“하지만 보는 걸 최대한 미뤘으면 좋겠어요. 이제부터 그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쌓아 나갈 거니까요.”

 알았다고 대답하며 다시 입을 맞췄다. 왼손으로 턱을 벌리고 혀를 밀어 넣으려던 찰나 그녀가 뒤로 물러났다.

“그것 말고요.”

“그럼?”

 그녀는 나를 밀쳐 의자에 앉혔다. 생각보다 센 힘에 압도 된 것 같았다.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자 그녀가 오른손 검지로 자신의 입술을 훑었다. 턱을 조금 들고, 나를 내려다보는 시선이었다. 내 앞으로 다가왔다. 다리를 벌려 그대로 내 무릎 위에 마주보고 앉았다.

 말이 없었다.

 그녀는 두 손으로 내 넥타이를 풀었다.

 내가 안 좋은 것을 한 걸까.

 그녀가 한 손으로 내 셔츠의 단추를 풀어 헤쳤다. 하나, 둘. 바깥 공기가 쇄골에 부딪혔다.

 아니야, 이건 꽤 좋다.

 소리가 이곳에서 나가지 않도록 내 입을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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