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은... 과거의... 일본이라고 생각해주세요... 20세기 이전... 대강 이런 이야기를 가졌구나... 라고... 생각해주세요...
오늘은 퇴고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귀찮기 때문이다 이것은 낙서이다
나는 요시와라 라멘토를 떠올린다 오노유우키 최고
1
에이치는 또 하룻밤의 가벼운 불장난을 즐긴 채 안즈를 찾았다. 이번이 몇 번째인가. 여인의 나이인 열일곱 까지만 세고 그 뒤는 세지 않았다. 술에 거하게 취한 채 거리에서 쏘다니다 밤을 새고 아침에 들어온 그에게 안즈는. 그래, 그가 사랑하는 여인 안즈는 경멸의 눈초리조차도 보이지 않았다. 이런 일은 일상 다반사였으니까. 등을 돌린 채 일을 하러 간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그는 쓴 웃음만이 나왔다.
2
에이치라고 처음부터 그랬을까. 거부에 아름다운 외모, 젊음은 물론이요, 병약하여 자주 앓는 몸까지 갖추었다. 집안 대대로 내려오던 내력을 하나뿐인 소중한 아들이 물려받게 되자 안타까웠는지, 에이치의 부모는 아주 어렸을 적부터 그에게 자율성을 주었다. 그는 갖고 싶은 것을 모두 손에 넣었다. 삶이 꺼져가는 것이 두려웠지만, 그럴수록 덜어내고자 그는 악착같이 굴었다. 그가 점점 나이를 먹어갈수록 그의 주변에는 재물만이 쌓여 갔다.
3
안즈의 존재는 자신의 상황을 잊을 수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 유곽에서 사내를 받았다던 여인은 재산을 꽤 모았다는 벗이 데려왔다. 유곽이라? 흥미를 느껴 벗에게 물어보았다. 아리따운 소녀를 두고 어찌 그냥 올 수 있겠냐는 농이 돌아왔다. 그리고 귀띔했다. 아랫도리가 허할 때 가 보라고. 벗의 말을 듣자 에이치는 얼굴을 붉히며 손사래를 쳤지만, 마음 한 구석에 담아 두었다.
4
벗이 가는 길은 언제나 여인이 뒤따랐다.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총총 거리며 걷는 모습은 에이치가 봐도 사랑스러웠다. 여인은 벗의 시중을 들었고, 벗은 자연스럽게 받았다. 이따금 벗은 여인을 바라보는 에이치의 눈길을 느끼고는 여인의 등을 밀어 그의 말벗이 되도록 하였다.
5
벗이 떠나는 날 그는 에이치에게 속삭였다. 모름지기 사내대장부로 났다면 어리고 아름다운 여인을 안는 일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니 내 두고 가겠네. 지아비 되는 마음으로 품어 주게나. 그리고 벗은 떠났다. 여인은 벗의 가는 길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그의 등이 사라지고 나서야 에이치는 말을 건넬 수 있었다. 여인의 이름은 안즈였다. 살구색이 두 볼에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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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 여인이었다. 처음 만져보는 보드라운 손은 사내가 호감을 품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유곽의 여인이라면 화려한 장신구들과 옷에 둘러싸여 지냈겠지. 지금의 수수한 옷은 마음에 차지 않겠거니 하여 물어보았다. 예쁜 새 옷들이 필요하느냐. 그러자 안즈는 필요하지 않다고 대답하였다.
7
안즈는 에이치를 가까이서 모시는 시녀가 되어 늘 그의 옆에 있었다. 차를 달여오라거든 달여왔고 옷을 가져다달라거든 가져왔다. 때로 묵묵히 일만 하는 안즈의 얼굴을 바라보며 멋대로 색을 입혀보았다. 새하얀 분칠을 하고 붉은 입술을 끼얹었다. 아. 아주 매혹적인 여인임이 틀림없었다.
8
너처럼 고운 여인은 내 처음이구나. 어찌하면 너를 가질 수 있느냐.
저와 같은 유곽의 여인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네가 유곽의 여인인지는 중요치 않다.
꽃 한 송이로도 마음을 사는 사내가 있고, 빛나는 장신구들을 잔뜩 사다 주어도 마음을 얻지 못하는 사내가 있습니다.
허, 참 난해하기 그지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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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꽃이 만개한 뒤뜰로 몰래 불러 꽃 한송이를 꺾어 머리에 꽂아 주니 안즈의 기색이 영 좋지 않았다. 이에 에이치가 묻자 안즈는 재물이 아닌 것을 받는 일은 처음이라 아뢰었다. 꽃이 잘 어울려 고왔다. 여인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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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즈는 평생 유곽에서 거칠고 무례한 사내들만 접하다 부드럽고 자신을 아껴주는 사내를 만나니 낯설었다. 하지만 이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고. 비록 꽃은 금방 시들었으나 이 사내로부터 생긴 마음은 오래 갈 것이라고. 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 끌었을 때에도 그러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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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이 방 안을 훔쳐보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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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치가 품에서 놓아 주고 나서야 안즈는 이렇다할 표현을 할 수 있었다. 부드러웠던 사내는 그 누구보다 우악스러운 손길로 다루었고, 잊고자 했던 기억을 되살아나게 했다. 몸에 상처가 난 날이 있었다. 주먹에 맞아 멍이 든 날도 있었다. 그 사내들과 똑같은 부류라 여겨져 에이치를 고운 마음으로 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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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이후 안즈는 에이치의 시중을 들기를 거부하였다. 에이치는 왜냐고 물었지만 안즈는 대답하지 않고 묵묵히 있었다. 사내들에게 대들고 맞으면서 길러진 오기였다. 에이치가 손을 뻗어 처음으로 밤을 함께 보낸 여인의 얼굴을 바라보려 하자 그녀는 손을 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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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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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즈를 쫒아다니며 자신이 무얼 잘못했냐 묻는 것은 기본 소양이고 급히 나가 장을 보고 오거나 심지어는 다른 하인과 예의상의 대화를 나누었을 때까지 에이치는 무섭게 집착했다. 그에 대한 좋은 감정은 사라진지 오래였고 반감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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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즈가 오고 난 후 에이치가 집안의 중대사에 손을 놓는 일이 많아지자 결국 하녀장은 안즈를 불러다 주인님께서 다시 일을 잡으실 수 있도록 옆에서 시중을 들라는 말을 전했다. 그 날 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기며 에이치의 침전에 찾아갔고 그는 기뻐했다. 다시는 매정하게 굴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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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님께서는 여태 사람과 친밀히 지내 보신 적이 없으신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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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을 남기고 안즈는 방을 나갔다. 벙찐 채 멍하니 앉아있다 현실감이 돌아오자 에이치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 곁에 있었던 것은 재물 뿐이지만 알아챌 수 있었다. 갖기도 전에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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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치는 다른 여인을 찾았다. 안즈 나이 또래였던 다른 하녀를 품었고, 농민의 여식을 만났고, 유곽의 여인을 안았다. 그러나 그 어떤 여성도 살구빛이 도는 그의 여인을 대체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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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실을 알자 안즈는 그를 경멸했다. 술에 취해 밤 늦게 들어온 날 하인과 하녀 여럿이 나가 대문을 열자 곧장 앞으로 픽 고꾸라져버린 그를 안즈는 뚜렷하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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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치가 안는 여인은 매일 밤 바뀌었고 안즈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못해 싸늘했다. 에이치는 쓴 미소만 지었고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잠에 빠져있다 일어나기 일쑤였다. 회생 불가. 갱생 실패. 그를 두고 그런 말이 돌았다. 몸이 약하지만 참하던 부잣집 도련님이 드디어 미쳐 버렸대. 어쩌다가 그랬대? 여자 때문이라나봐. 아이구. 멀쩡한 사람을 버렸네, 버렸어. 사람들은 수군거렸고 안즈는 고스란히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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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를 준비 할 시간 안즈는 에이치를 찾았다. 오랜만에 가까이서 본 사내의 얼굴은 헬쑥했고 생기도 없었다. 더 야윈 것 같았다. 그 사내에게 동정할 이유는 없었다. 안즈는 이 곳을 떠나겠다고 밝혔다. 다른 가문의 하녀로 들어가겠다고. 간만에 얼굴을 보여 하는 말이 고작 그것이더냐. 내 네가 없어도 잘 살 수 있으니 내 눈 앞에서 썩 꺼지거라. 감사했습니다. 말을 남기고 자리에서 일어나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방을 나갔다. 당장 창밖으로 달려가 대문을 내려다보았다. 곧 안즈가 한 손에 보따리를 들고 나타났다. 남은 한 손으로 대문을 잡아당기다 힘이 부쳤는지 보따리를 내려놓고 두 손으로 잡아당겼다. 문이 열렸고 그렇게 그녀는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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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즈가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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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허약해진 몸에 핏기가 사라진 몸뚱아리를 이끌고 밤길을 전전한다. 한 손에는 주모에게 목돈을 던져주고 가지고 나온 싸구려 술병이 들려있다. 입가에 술병을 가져다 털어보지만 이제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그것이 서러워 길가에 집어던져 깨부수고 주저앉는다. 눈물이 밀려와 섦게 운다.